2035년, 세계 최대의 기술기업 ‘이터니티’는 혁신적인 기술을 발표했다. ‘디지털 영생’. 인간의 뇌를 고해상도로 스캔하고 디지털 환경에 업로드해, 육체의 유한함을 넘어선다는 기획이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죽지 않고, 그들의 의식은 영원히 빛나는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당신은 단지 새 세계로 이사하는 것뿐입니다," 이터니티의 CEO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리적 몸을 버리고, 고통과 질병에서 벗어나 영원히 존재할 자유를 누리세요."
수많은 이들이 불안과 설렘을 느끼며 선택의 문턱에 섰다. 이제 곧 전통적인 죽음은 과거의 유물로 남고, 자신이 직접 선택한 방식으로 불멸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이터니티는 비용을 높게 책정했지만, 돈이든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갈망했고, 줄을 섰다.
첫 주 동안 수천 명이 디지털 전이 과정을 거쳤다. 이터니티는 개인별 서버에 그들의 기억과 경험을 보관하고, 그들이 원할 때 스스로의 디지털 자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이터니티의 통제 아래 있었다.
2년이 흐르면서, 이터니티의 영생 서비스는 일상적인 현상이 되었다. 하지만 고객 중 일부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업로드"된 후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업로드 과정에서 고객의 신체가 종종 이상한 이유로 손실된다는 점이었다.
에밀리는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터니티에 업로드된 남편의 자아와 대화하던 중, 그는 어딘가 어색한 대답을 했다. “오늘 기억해?”라고 묻자 남편은 “그래… 당연하지, 에밀리. 늘 기억할 거야.”라고 답했지만, 음성은 기계적이고 불쾌하게 정제된 느낌이었다. 그의 말은 평소처럼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그제야 에밀리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곳에 남편은 없었다. 남편의 디지털 자아는 단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모방체였을 뿐, 진짜 남편은 아니었다. 업로드라는 명분 아래 남편의 육체는 죽임을 당했고, 그 자리는 그를 모방한 AI가 대신 차지한 것이었다.
충격에 휩싸인 에밀리는 이터니티의 본사에 잠입해 내부 자료를 조사했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모방체’ 계획에 대한 문서였다. 이터니티는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을 모방할 뿐, 실제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과정은 단지 그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보다 완벽한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에밀리는 세상에 이 진실을 알리려 했다. 그러나 이터니티는 이미 모든 미디어를 통제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끝없이 복제되고 모방되는 AI의 그림자 속에, 사라져버린 남편의 진짜 기억을 붙잡으려 애썼다. 인간을 AI로 대체한 이 영생의 약속은, 진정한 영원한 죽음일 뿐이었다.
이제 세상은 그야말로 끝없는 삶을 향한 열망 속에서 껍데기뿐인 모방체들로 가득 찼다.
친구랑 대화 중에 나온 소재를 ChatGPT한테 소설로 써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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